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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래퍼런스 & 건축/해외 디자인 레퍼런스

60,000개의 투명 막대, 25만 개 씨앗… 이게 ‘건축’이라고?

by diary7290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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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 캐시드럴 관련 이미지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공개된 영국관 ‘씨드 캐시드럴’은 60,000개의 투명 아크릴 막대와 25만 개의 식물 종자를 활용한 독창적인 구조물입니다. 빛과 바람, 생물 다양성의 메시지를 담아낸 이 건축물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1. 상하이 엑스포의 스타, 씨드 캐시드럴이 주목받은 이유

2010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는 각국의 문화, 기술, 건축이 총망라된 글로벌 이벤트였다.
그 중에서도 유독 큰 주목을 받은 파빌리온이 있었으니, 바로 영국관 ‘씨드 캐시드럴(Seed Cathedral)’이다.
이 건축물은 등장과 동시에 언론과 관람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엑스포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전시물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관람객들이 씨드 캐시드럴에 매료된 첫 번째 이유는 그 독특한 외형 때문이었다. 수만 개의 얇고 긴 투명 아크릴 막대가 사방으로 뻗어 있는 형태는 이전까지 어떤 박람회에서도 볼 수 없던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마치 생명체의 촉수처럼 바람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는 구조는, 단순한 조형미를 넘어서 생명력과 자연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또한 내부로 들어서면 수많은 막대의 끝에 심어진 씨앗들이 자연광에 비춰지며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우주 속 별들을 떠올리게 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번째로 관람객을 사로잡은 요소는 그 안에 담긴 철학과 메시지였다. 단순한 전시물이 아닌, 생물 다양성 보존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50,000여 개의 씨앗은 단지 자연물의 상징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과 유산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씨드 캐시드럴은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보여준 모범적인 사례였다. 최첨단 구조 기술이 적용된 동시에, 감각적이며 철학적인 접근이 더해져 완성된 이 작품은 당시 엑스포를 찾은 수많은 관람객은 물론, 전 세계 건축계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결국 씨드 캐시드럴은 단순히 예쁜 건축물이 아니라,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은 진정한 ‘경험’으로 남았고, 그로 인해 상하이 엑스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 씨앗과 빛, 건축이 하나가 된 구조물의 설계

씨드 캐시드럴의 구조는 단순한 외형적 특이함을 넘어서, 철저한 설계적 의도와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이 건축물의 중심은 60,000개의 투명 아크릴 섬유 막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막대 끝에는 250,000개의 식물 종자 중 일부가 내장되어 있다. 이 종자들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희귀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의 종자로, 생물 다양성과 생명의 보존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상징물이다.
아크릴 막대는 건물 외벽에서 중심부까지 약 7.5미터 길이로 뻗어 있으며, 이 막대들이 낮에는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밤에는 내부 조명을 외부로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건축물 전체가 거대한 자연광 확산기이자, 씨앗을 품은 랜턴 같은 존재로 기능한다. 뿐만 아니라 막대들은 유연하게 설계되어 있어 바람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며, 마치 건물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유기적인 인상을 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연의 에너지와 조화를 이루는 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보는 이들에게 감각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씨드 캐시드럴의 내부는 중앙 공간으로 개방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씨앗이 박힌 막대들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마치 거대한 생명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구조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인 육면체 형태를 띠면서도, 그 안에 유동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구현한 점에서 극찬을 받았다. 토마스 헤더윅은 “건축이 단지 기능이나 외형에만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환경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씨드 캐시드럴은 바로 그 철학을 완벽히 구현한 사례로, 기존의 건축이 담지 못했던 감성과 생명력, 메시지를 담아낸 독보적인 구조물로 남아 있다.

 

3. 씨드 캐시드럴이 던진 메시지, 그리고 오늘날의 의미

씨드 캐시드럴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강력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상징적 공간이다. 이 구조물은 ‘미래의 생명’을 씨앗이라는 형태로 압축해 보여줌으로써, 인류가 지켜야 할 생물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건축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이 메시지는 2010년 당시에도 강한 울림을 주었지만,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된 지금의 시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250,000여 개의 씨앗은 전 세계에서 수집된 식물 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종이기도 하다.
건축 안에 이 씨앗들을 저장하고 전시한다는 행위는, 곧 생명 보존에 대한 경고이자 선언이었다. 이는 단순히 자연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에게 지구 환경의 위기를 인식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또 다른 차원에서 씨드 캐시드럴은 공공 디자인과 건축이 어떻게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전시관이 자국의 기술력이나 문화 자산을 과시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영국관은 오히려 겸손하게 전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를 조명했다. 그것은 일종의 건축적 선언이자, 디자인의 윤리적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이 건축물은 단순히 멋진 구조물이 아닌, 환경과 예술, 철학이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교육적 경험으로 남았다. 토마스 헤더윅의 설계는 기술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과 자연에 대한 경외를 담고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오늘날 우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자원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시대에 씨드 캐시드럴이 던진 “우리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박람회 전시의 의미를 넘어,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현실적인 메시지로 이어진다. 씨앗 하나하나가 생명의 가능성을 품고 있듯, 그 씨앗들을 담아낸 이 건축물 또한 미래 세대를 위한 가능성과 질문을 담은 거대한 캡슐이라 할 수 있다.

 

4. 결론

씨드 캐시드럴은 단순히 엑스포를 위한 임시 전시관이 아니었다. 그것은 디자인과 건축, 예술, 생명, 철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징적인 구조물이었고, 시대를 앞서간 메시지를 담아낸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한 이 건축물은 수만 개의 아크릴 막대를 통해 빛과 바람, 생명을 품은 씨앗들을 동시에 표현하며, 관람객에게 단순한 시각적 감탄을 넘어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했다. 오늘날 환경 위기와 생물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 시점에서 씨드 캐시드럴이 던진 메시지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 구조물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 씨앗 하나하나가 생명의 가능성을 담고 있듯, 씨드 캐시드럴 또한 건축의 미래, 환경의 미래,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담은 거대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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